고유가 폭탄, 운수업 어떻게 할 것인가

하이브리드카 대안으로 떠올라
연비는 우수하나 차량가격 비싸 고민
정부 보조금 전제로 도입가능성 검토
소형 LPG택시도 비용절감에 “효과적”

국제 원유가격 끝없이 끓어오르면서 국내 유가도 천정부지로 올라 ‘오일패닉’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기름을 직접 구입, 사용하는 자가용 승용차 운전자들의 대중교통수단 이용률이 현저히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소형 트럭 한 대를 생계수단으로 하는 영세자영업자들은 휘발유가격을 뛰어넘은 경유가 폭등세에 깊은 시름에 빠져들었다.
기름값이 지난 2, 3년 사이 200% 가까이 인상되는 바람에 지금은 차량을 운행하면 할수록 적자가 늘어나 운행을 중단한 사람이 속출하고 있다.
이 와중에 경유나 LPG 등을 이용하는 운송업계는 눈덩이 처럼 늘어난 기름값 부담으로 한계경영에 직면, 도산이냐 자진폐업이냐를 놓고 고민하는 사업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그렇게까지는 몰라도 기름값 폭등이 심각한 경영압박으로 작용,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게 운송업계 전반의 실상이다.
이에 본지는 운송산업별 유가폭등이 영향과 실태는 어떠하며, 업종별로 이에 대처하는 노력과 함께 장단기적 자구책은 없는 것인지, 또한 유가 문제를 업계에만 맡겨놓을 수 없다는 점에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짚어보기로 한다.

택시운송사업은 그렇지 않아도 한계상황이라는 인식은 업계 내외의 공통된 견해다. 공급과잉에 대중교통 확충에 따른 수요감소가 가장 큰 원인이다.
이 와중에 들이닥친 고유가 상황은 가뜩이나 어려운 업계에 운송원가의 가파른 상승이라는 악재로 치명적 충격을 주고 있다.
실제 지난 1년간 LPG 소비자 가격은 36.5%가 올랐다. ℓ당 232.43원이 올라 하루 50ℓ를 사용하는 법인택시의 경우 월 26일 만근을 기준으로 연료비 추가부담이 한달에 30만원을 넘어서고 있다.
이에 따라 보유대수 100인 업체는 월 3000만원 이상의 추가부담이 발생하고 있고, 개인택시 역시 대당 월 20만원 이상 유류비 추가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지 않아도 부진에 빠져있는 택시운송사업에 이같은 유가인상의 충격이 더해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취하고 있는 LPG개별소비세의 한시적 감면으로는 업계의 부담에는 턱없이 못미치지만 이 마저 더 이상의기대조차 어렵게 돼 있다.
국제 유가가 오르는데 국내 가격이 오르지 않을 방법이 없는데다 가격이 오를수록 유류세 면제 등의 실효성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같은 문제점에 대해 택시업계는 최근 ‘제3의 선택’이라고 하는 에너지 절약형 택시차량 을 도입하거나 값싼 연료로 LPG를 대체하는 방법을 검토하기에 이르렀다. 그렇지만 CNG의 경우 가격경쟁력이 있다고는 하나 충전소 설치의 애로와 이에 따른 인프라의 절대부족, 차량 개조비용 과다, 1회 충전시 운행거리가 짧은 점 등 택시연료로 미흡하다는 진단이 우세하다.
따라서 택시업계의 유가문제에 대한 현실적 대안으로 하이브리드카 사용과 소형 LPG택시 운행에 가능성에 맞춰지고 있다.
하이브리드카는 전기모터를 함께 운용, 연료소비량이 적어 경제성이 높은 장점이 부각된다.
중형 택시를 기준으로 연비에서 LPG가 ℓ당 8.8㎞, 휘발유가 13.2㎞인 반면 하이브리드카는 19.8㎞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게 택시업계의 분석이다.
그러나 하이브리드카는 차량가격이 너무 비싸다는게 문제다. 국내에서 개발이 생산이 검토되고 있는 1600cc 하이브리드 차량가격이 2400만원 이상 책정될 것으로 보여 동급 휘발유차량의 가격인 850∼1120만원의 2배를 넘는다.
향후 수년간 핵심부품의 국산화가 이뤄지면 가격이 다소 낮아질 수도 있으나 그 이후도 문제다. 가격이 휘발유차량과 같은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 정부는 이미 수년 전부터 하이브리드카 생산을 장려해온 것은 사실이다.
환경문제와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추진돼 온 이 사업은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보조금을 지급해 구이브 운영하고 있으며 2015년까지는 한시적으로 LPG 하이브리드카의 생산을 허용하고 있다.
자동차업계 역시 큰 관심을 갖고 하이브리드카 생산을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2009년부터 LPG 하이브리드카를 본격 생산, 2015년 연간 30만대 이상까지 생산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일단 택시업계에 고무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택시업계는 하이브리드카 양산에 앞서 이 차량이 사업용자동차로 생산이 가능하도록 관계기관과 자동차제작사 등에 건의할 방침이다.
문제는 이 차량의 가격을 업계가 모두 짐질 형편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에 따라 업계는 하이브리드차 구입에 따른 정부 지원이 반드시 이뤄져야 하며, 이를 위한 법적 뒷받침을 마련해줄 것을 정부에 건의하고 있다.
소형 LPG 택시 문제는 업계가 이미 국내 자동차제작사에 생산을 건의 해온 사안이다. 2006년 택시연합회는 현대자동차 등 국내 메이커에 이를 제안하고 수요조사 결과 등을 전달한 바 있으나 예상수요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업계는 이후에도 이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표명해오며, 지난해 가솔린엔진을 탑재한 준준형 차량을 LPG 차량으로 개조해 시범적으로 소형 LPG 택시운행을 시도한 바 있다.
또한 올 1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산자부가 경차의 LPG사용을 허가할 방침을 밝힌 바 있고, 2월에는 부산시가 올 하반기 소형택시 운행인가 방침을 밝히는 등 소형 LPG택시 운행가능성이 차츰 현실로 다고 오고 있다.
1600cc급 LPG 차량을 택시로 사용할 경우 운행요금을 기존 택시의 80∼90% 수준으로 유지해도 차량가격 및 연료비 절감에 따라 경쟁력이 있다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문제점은 일부 남아 있다.
현행 차령규정이 1500cc 미만 택시은 소형택시로 구분해 차령을 3년6개월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중형택시 수준까지 연장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또 차체가 줄어든데 따른 이용자의 서비스 불만 목소리와 함께 운전자의 근로조건 악화에 따른 반발 등 노사문제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따라 택시연합회는 제반 문제점들을 충분히 검토, 타당성여부를 따져보면서, 전국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유가 폭등에 따른 업계의 부담을 일정부분 해소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선다면 정부와 자동차제작업체에 이의 생산을 다시 요청할 방침이다.

박종욱 기자 : Pjw2cj@gyotongn.com